B.AE 12400년 6월 3일. 라이크니스 장군은 평소처럼 침대에 기대어 책을 읽고 있었다. 그때, 묵직한 문 두드림 소리가 방 안 공기를 흔들었다. “누구인가?” “장군님, 소집 명령입니다.” 이 무슨 마른하늘에 날벼락인가!! 장군으로 취임한 뒤 처음 내려진 긴급 소집 명령. 분명 밖은 환한 대낮이었다. 그러나 장군의 눈에만은 온 세상이 밤과 같았다. 라이크니스는 굳은 표정으로 즉시 암구호를 외쳤다. “도라지.” 그러자 문 밖에서 긴박한 목소리로 곧장 답이 돌아왔다. “코드 제로, 고라니 15개 발령입니다.” 순간, 그의 심장은 얼어붙었다. 고라니 15개, 그건 곧 국가 초비상 사태를 의미했다. 그 한마디로 장군의 머릿속은 순식간에 정지했다. 눈 앞이 어둡다 못해 붉어졌다. “…알겠네. 바로 가지.” 라이크니스 장군은 곧장 무기고로 향했다. 그는 전투용 잠수함 V-16의 키를 집어 들고, 자신의 상징이자 주무기인 살상용 갈고리총을 챙겼다.
라이프니스 장군, 그는 1차 오사이 제국에서 최연소 장성이 된 전설이었다. 24세에 입대해 38세라는 꽃다운 나이에 장교로 승진하였다. 이 위대함을 보아라! 현재는 85세의 나이로 원수로 임명된 뒤 28년이 지난 시점이다. 입대 후 14년 만에 장교로 승진, 장교가 된 지 19년 만에 원수, 이러한 승진은 제국 이래 한 번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말 그대로 고속 승진이었다. 제국 최초의 갈고리총 훈련 장교이자, 현존 10대 뿐인 전투용 잠수함 V-16의 소유자. 산전, 수전, 공중전까지 아니 겪은 사태가 없었던 그, 심지어 내전까지 겪었던 그, 그의 군 경력은 고작 51년이었지만, 원수로서 보낸 30년 남짓 되는 기간 동안 단 한 번도 이런 사태는 없었다. 아니, 제국 역사, 넘어서 이전 3국의 역사를 포함해도 수십만년에서 수백만년이 되는 역사에도, 이런 사태는 기록되지 않았다.
녹궁으로 가는 길, 장군은 방금 전 일을 되내었다. 제국 건국 이래 한 번도 발령된 적 없는 차악의 경보, 코드 제로. 조금만 더 심각해지면, 국가의 종말을 뜻하는 코드 인피가 발령될 수준이었다. 어두워진 낯빛, 얼굴만 봐도 그의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
그는 녹궁에 도착하였다. 이미 모든 원수들과 최고 장성들이 모여있었다. 폐하께서는 모인 모든 장교들에게 이야기하셨다. ”지금 저 간악한 인간놈들이 통치하는 사리국이 우리의 형제국인 2차 오사이 제국을 공격하였다. 제군들은 이를 용인 가능한가? 이는 우리 해저형 에일로스들에 대한 도발 행위이며 하늘의 권한인 천권에 도전하는 행위이다. 지금 모인 모든 원수들은 본인의 권역에 가 모든 특수부대를 소집하고, 장성들은 본인의 부대 모든 인원들을 소집하여라!!!” 황제의 붉고 푸른 목소리가 녹궁을 넘어 삼경시 전체에 우렁차게 울렸다. 비장한 표정의 황제, 그 앞에 펼쳐진 군 간부들, 제국 전체가 결의감으로 울려퍼졌다. 장군은 그 영을 받고 당장 V-16을 타고 본인의 권역으로 출발하였다.
그는 본인의 작전권역인 15권역의 특수부대 108무적부대의 연병장으로 갔다. 그러고는 모든 병사, 부사관, 장교를 긴급 소집하였다. ”국군 용사들과 사관들은 들어라, 폐하께서 출전을 명하셨다. 지금 간악한 사리국 간나들이 우리 천국[1]을 공격하였다. 그대들은 휴식을 취할 것인가? 아니면 나와 함께 진격할 것인가?” 결의에 가득 찬 라이프니츠 장군, 그의 결의를 느낀 건지 순간 힘찬 동의의 함성 소리가 연병장, 그 너머의 권역 전체에 울려 퍼졌다. 수많은 용사들, 사관들, 위관/영관/장성들이 모두 결의를 다졌다.
때는 10일 전인 B.AE 12400년 5월 25일, 사리국의 국왕
[1] 천국: 당시 동맹국이었던 1차 오사이 제국(흑수 포함), 2차 오사이 제국, 해국, 추국, 아틀란티스 제국이 동맹국을 하나의 국가로 인식하고 부르던 국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