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도 알 것이라고 믿는다. 이 곳은 아주 오래전에 무너졌다. 자연에게 버림받은 것이다. 물론 인간들이 자연을 먼저 버렸지만, 이 이야기는 우리 지역이 그나마 다시 이만큼 재건될 수 있었던 이유였던 그분들의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지금으로부터 136년 전, 그러니깐 내가 태어나기 100년도 전이다. 위리디리스가 더러워지며 오사이운스에 괴물들이 나타났다. 그 괴물들은 우리 오사이운트 공화국의 3경(京)을 제외한 모든 땅인 47도(道)[1]를 모두 빼앗았다.
이후 에일로스들은 각성이라는 것을 하며 헌터라는 존재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최초의 각성자는 세카르트였다. 그는 헌터로서는 단연 최고였다. 중부권 켈바도와 베리도, 엘라디도, 동부권 산타도, 아쿠아도, 벨라도, 남부권 파르케도 —그 모든 곳에서 ‘크리쳐’(그 괴물들을 우리는 이렇게 부르기로 했다)[2]를 말끔히 척결했다.
그의 등장 3년 뒤, 헌터 협회가 설립되었다. 당연하게도 초대 협회장은 세카르트였다. 그러나 곧 우리는 깨달았다. 그는 협회장으로서는 꽝이었다.
그의 활약 덕분에 우리는 중부권 3개 도(道), 동부권 3개 도, 남부권 4개 도 중 단 1개 도를 되찾았다. 그리고 동부 끝자락에는 ‘동경(東京)’[3]이라는 이름의 작은 영토, 소경(小京) 하나가 세워졌다.
그러나 그는 엘라디도에 세워진 아카데미들을 지원하기라도 하지는 못 할 망정, 헌터 양성에 아무런 지원도 하지 않았다.
결국 그는 협회 일은 뒷전으로 두고 노르데도 수복 작전에 나섰다가, 변이 낙지들에게 포위당해 전사했다.
이 소식을 들은 당시 국왕 도르핀은 크게 격분했다.
그렇게 해서 ‘길드’라 불리는 조직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 시기에 결성된 0기 길드들—그타 길드, 원 어폰 길드, 아스트로 길드—는 지금도 전설로 남아 있다. 뭐 그타 길드는 망해가는 추세지만 말이다. 그래도 영향력은 아직 남아 있는 모양이다.
어쨌든 협회장이 돌아가시자, 협회는 난리가 났다. 협회장의 자리가 실질적으로 없는 것과 진짜 없는 것은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차기 협회장은 그래도 어떤 무리를 이끈 경험이 있는 사람을 고르기로 했다. 그타 길드의 길드장, '올트만 모'다. 그는 가문적으로도 뛰어났다. 기술의 혁신으로 유명한 '모'가, 하지만 그들은 몰랐다. 초대 길드장이자 시스템 설계자였던 올트만 모가, 그타 길드를 바닥부터 삐끗하게 설계해놨다는 걸. 그리고 그 삐끗한 골조공사가 진짜 무너질 날이 올 거라는 것도.
말했듯이 그타 길드는 현재는 망해가는 중이다. 길드 하나 골조공사도 제대로 못 하는 사람이 협회를 잘 이끌어 갈 리는 전무했다. 그는 교육에 대해선 아카데미에 자격증과 830진(한화 약 10억) 정도의 돈만 던져줬다. 물론 대부분의 아카데미 교장들은 그 돈을 뒷주머니에 넣기에 바빴다. 어차피 가져갈 거라면 대놓고 앞주머니에 넣지, 참 미련한 사람들이다.
이렇게 협회가 난리 나고, 도무지 안정되지 못한 그 기간이 무려 30년이다. 그 사이, 길드들은 이미 우후죽순 생겨나 있었다. 협회가 사실상 무너지는 동안, 1차 길드 대홍수라고 불릴 만큼—100개가 넘는 길드들이 생겨났다. 우리는 이 길드들을 ‘1기 길드’라 부른다.
1기 길드 중엔, 그타 길드에서 간부였던 한 사내가 만든 이세 길드가 있다. (이 사람, 꽤 현명했던 모양이다. 그타 길드가 망하기 전에 나왔으니까. 지금도 이세 길드는 전체 1위를 차지하는 초거대 길드다.)
그리고 아직도 베일에 싸여 있는 나이트베인 길드 같은 이름만으로도 묵직한 전설들이 이때 쏟아져 나왔다.
그나마 정부랑 조정<sup>\[4\]</sup>은 생각이 있었는지, 몇 가지 제도를 도입했다. 탐사팀과 정화팀을 꾸려 여러 지역들을 탐사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시기, 한 남자가 낡은 철문 앞에 섰다. 남자의 이름은 루이 필로페. 그는 손에 종이 여러 장—길드 참가 신청서, 이력서, 자기소개서—를 들고 있었다. 길드장 유티 그하메는 그 서류들을 받아보곤, 짧은 웃음을 지었다. "이런 건 몇 년 만이지..." 그렇게 루이는 계약서를 받았다. 그가 원한 건 단순한 취직이 아니었다. 길드 안에서 정점에 오르겠다는, 야망이었다.
그는 해냈다. 몇 년도 지나지 않아 간부 33인 중 4위. 그러나 그것이 그의 한계였다. 유티 그하메와의 연고<sup>\[5\]</sup>가 없다는 이유로, 그는 정점으로 갈 수 없었다. 더 큰 문제는, 계약이었다. 계약서엔 탈퇴에 대한 조항이 있었다. "루이 필로페는 그타 길드에서 60년 이상 일하고, 60년이 지날 경우 길드장의 허가를 받고 탈퇴할 수 있다. 이를 위반할 시 21조진[6]의 위약금을 길드에 지불하여야한다." 사실상 탈퇴 불가능, 말로만 악마의 계약[7]이 아니었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그 계약에 갇혀 무너졌다.
동시에, 협회장 올트만 모는 어느 날 본인의 별장 골조공사 현장을 방문했다. 철근이 기둥을 삼키듯 무너졌다. 공사장을 둘러보던 그 순간, 기초가 뒤틀린 구조물 하나가 마치 운명처럼 그를 덮쳤다. 그는 단 한 마디도 남기지 못한 채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